[기고 칼럼] 구글이 일으킨 파도에서 서핑할 때
[기고 칼럼] 구글이 일으킨 파도에서 서핑할 때
  • 신아일보
  • 승인 2020.10.28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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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석 오픈루트 디지털가치실장
 

구글이 ‘인앱결제 확대’라는 돌을 던졌다. 워낙 힘이 세다 보니 거대한 ‘파도’가 일었다. 

국내 OS 시장의 76.5%, 앱 마켓 63.4%를 점유하고 있는 거대 글로벌 플랫폼 구글이 내년부터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모든 콘텐츠 앱에 대해 자사의 결제시스템 사용을 의무화하고 30%의 결제수수료를 받겠다고 발표했다. 합리적 근거 없이 애플과 동일한 수수료를 요구하는 것이다. 외부결제를 사용하도록 앱에서 홍보하면 플레이스토어에서 퇴출하겠다는 초강수를 뒀다.

안드로이드 OS가 전 세계 74.2%를 점유하고 있는데도, 앱 마켓 매출은 293억달러로 애플(542억달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현 상황을 바꾸고 싶었을 것이다. 코로나19로 디지털 콘텐츠 소비와 구독 서비스 이용이 증가하면서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마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지난해 국내 모바일 콘텐츠산업 매출액 중 인앱결제 비중이 45.3%를 차지할 만큼 유료판매나 광고에 비해 인앱결제 매출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대해 미 하원이 최근 발표한 ‘디지털 시장 경쟁조사 보고서(Investigation of competition in digital markets)’에서도 앱 개발자의 혁신을 저해하고 이용자의 콘텐츠 구독료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애플 앱스토어의 주요 콘텐츠 구독료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비해 비싸다는 점에서 멜론, 네이버웹툰 등 국내 인기 콘텐츠 서비스의 구독료 인상은 불가피해 보인다. 결제수수료만큼 콘텐츠 사업자의 손익분기점이 높아지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은 저하되고, 영세 업체에게는 진입장벽이 될 수도 있다.

구독료 인상을 최소화하려면 광고를 늘리거나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콘텐츠 서비스의 품질 저하가 우려된다. 중소 사업자들의 경영 악화로 인한 서비스 중단으로 이어지면, 디지털 콘텐츠의 다양성을 저해할 수 있다. 반대로 구글은 새로 확보한 안정적 재원(인앱결제 수수료)을 기반으로 유튜브 프리미엄 등 디지털 콘텐츠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게 된다. 

이 같은 일방적인 거래조건의 변경 및 거래거절 등은 OS 시장의 지배력이 앱 마켓 시장으로, 다시 앱 마켓의 지배력은 결제 시장으로 전이되기 때문에 발생한다. 현실적으로 전 세계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통하지 않고 이용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어렵다. 

국회는 TF를 구성해 앱마켓사업자의 불공정행위를 규제할 수 있도록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구글의 정책이 내년 1월부터 시행되기 때문에 소급적용 논란을 피하려면 다소 급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핀포인트 규제가 국내 앱 마켓이나 포털 등 플랫폼사업자들의 혁신을 저해할 여지는 없는지 한 번 더 점검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토종 앱 마켓이 모바일 콘텐츠 사업자의 글로벌 파트너가 될 수는 없을까? 원스토어는 지난 2018년 7월부터 수수료를 20%로 인하하고, 개발사 자체 결제시스템을 사용할 경우 5%를 받고 있다. 내년 말까지 월 거래액 500만원 이하인 사업자에게는 수수료 50%를 인하한다는 방침이다. 그 결과 원스토어의 점유율은 8분기 연속 성장해 18%(2020년 8월 기준)까지 올랐다. 

아직 국내 시장에 한정된 얘기다. 이 같은 성장세가 얼마나 유지될지도 알 수 없다. 지금부터는 글로벌 플랫폼에 대항하는 국내 시장 방어전략을 벗어날 필요가 있다. 국내 시장 방어에만 급급하다 보면 시장 확대를 위한 공격적인 투자가 어렵다. 

마침 구글이 30% 인앱결제 수수료 강제로 전 세계에 거대한 파도가 요동치면서 자유롭고 저렴한 대안적 앱 마켓 시장이 열릴 수 있다. 물론, 앱 마켓은 ‘네트워크 효과’가 크기 때문에 당장 저렴한 수수료만으로 앱 개발사나 콘텐츠 사업자를 유인하기에는 부족하다. 따라서 적극적인 해외 파트너십과 홍보를 통해 네트워크를 키울 필요가 있다. 원스토어에 입점한 콘텐츠 사업자들도 앱 마켓 수수료 절감효과를 이용자와 나누는 것에 인색해서는 곤란하다. 이용자를 포함한 이해관계자 중심의 대안적 앱 마켓을 주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파도가 치니 서핑할 때다.”

/김유석 오픈루트 디지털가치실장

※ 외부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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