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칼럼] 사회관습과 문화를 바꾸는 '중대재해처벌법'
[기고 칼럼] 사회관습과 문화를 바꾸는 '중대재해처벌법'
  • 신아일보
  • 승인 2021.03.01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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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문화칼럼니스트)
 

최근 한 업체에서 혹서기나 혹한기에도 적절한 냉·난방시설이 제공되지 않는 근로환경때문에 산재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지적됐다. 국내에서는 적지 않은 산업현장에서 산재사고가 꾸준히 발생하는데, 유독 산재가 많은 산업 순위도 쉽게 바뀌지 않는다.

간혹 특정 사안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면 제도적 개선을 외치지만 그때뿐인 것 같다. 몇 년 전 다수 사망자가 발생했던 물류창고화재 이후에도 유사한 사고가 발생했던 것이 대표적이다. 이런 문제는 어째서 근절되지 않을까. 

작업자에게 해가 없는 근로환경의 구축과 안전수준의 상향은 생산과 유통 등 전반에 걸친 비용 상승으로 연결된다는 점이 늘상 문제로 제기된다. 입찰과정에서의 저가수주와 속칭 품떼기라는 인건비 절감 등이 드물지 않은 현실에서 굳이 발주자나 고객이 앞장서 비용을 더 지불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굳이 선진국의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각 산업 분야의 위상은 해당 산업의 종사자들이 누리는 삶의 수준과 직결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이 누리는 생활수준에 따라 우수인력의 지속적인 유입과 장기근속, 산업경쟁력 향상의 선순환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지난 경제성장기는 해뜰 때 일을 시작해서 해지면 야근을 하거나 주말출근도 불사하던 시대였다. 때론 안전관리비가 필수적인 지출항목으로 인식되지도 않았다. 문제는 그런 관행이 지금도 한국사회에서 그럴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는 점이다.

물론 기업의 비용 투입 대비 산출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성과지표를 높게 잡고 근무인원을 통제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경영진의 선의를 도덕적 해이로 화답하는 소수 문제인력들은 어디든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이윤극대화라는 경제적 논리가 충족된다면 다른 요소는 부차적이라는 경영논리는 지나친 비약이다. 사회의 경제나 교육수준 등이 높아지는 만큼 기업이 변하지 못한다면 강력한 규제가 필요해진다. 경영진의 이해도 동일한 연장선에 있다. 

이와 관련된 기업윤리를 언급할 때면 흔히 나오는 것이 1970년대의 '포드 핀토(Ford Pinto)' 사건이다. 마케팅 수업에서도 등장하는 이 사건의 내용은 간단하다. 미국의 포드사가 핀토라는 소형차를 출시하고 심각한 설계상 결함을 인지했지만, 리콜과 제품개선에 드는 비용이 추후 발생사고에 대한 배상금액보다 매우 크다는 점을 계산하고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후 이런 '비용 대비 편익' 분석이 알려지고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기업이 더 큰 손실을 입었다는 내용이다.

교훈적이지만 우리에겐 쉽게 적용되지 못하는 사례다. 우선 한국에는 해외처럼 막대한 금액의 징벌적 손해배상이 이뤄지지 않는다. 제품이나 인명, 기업활동 등에 대한 문화 즉 컬쳐코드(Culture Code)도 차이가 크다. 

때문에 늘 뭔가 바뀌어야 한다고 느끼지만 막상 변화를 위한 행동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 소득수준이 높지 않거나 단순업무 등을 지칭하는 자조적인 표현들이 어색하지 않은 것은 평소에 눈에 띄지 않는 직업군에서는 지금의 현황이 고착화됐기 때문이다. 안전사고나 산재의 발생가능성도 여기서 높아진다.  

논란이 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나타난 배경도 실상은 이런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런 것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질지 혹은 시기상조라며 배척될지는 우리 사회의 인식수준에 달려있다. 만약 법으로 명시된 내용이 선행돼야만 민간의 자율을 효율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다면 규제는 필연적이다. 그 과정에서 사회가 요구하는 결과를 성취하기 적정비용, 면책요건, 사회적 합의, 공공의 변화 등이 정립되고 서서히 사회관행과 문화로 정착될 것이다. 우리는 중대재해처벌법을 그런 과정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문화칼럼니스트)

- 필자 주요 약력

△공공기관 자문위원(부동산·민간투자사업 등) 다수 △건축·경관·도시계획위원회 위원 다수 △도시·공공·디자인위원회 위원 다수 △명예 하도급 호민관·민간전문감사관 △한국산업인력공단 출제위원 등

※ 외부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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