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고교학점제 D-4년, 현장 목소리 적극 반영해야할 때
[기자수첩] 고교학점제 D-4년, 현장 목소리 적극 반영해야할 때
  • 권나연 기자
  • 승인 2021.03.03 0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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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부터 전국 고등학교 학사 운영에 전면적인 변화가 시작된다. 학생들이 대학교처럼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서 듣는 ‘고교학점제’ 도입이 바로 그것이다.

이 제도의 도입을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 진로와 적성을 찾는 자기 주도적인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상적인 목표와 달리,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계획'이 발표되자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먼저, 교원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의견이다. 한국교육개발원과 한국교원대 연구진은 지난해 상반기 작성한 보고서를 통해 현재 고등학교 교수 인력만으로는 고교학점제의 원활한 시행은 한계가 있을 것으로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평균 주당 수업시수 12시간‧학급당 학생수 12명이라는 이상적인 조건을 적용할 경우 전 과목에서 교사수가 총 8만8106명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어·영어·수학·과학·사회 등 주요 교과목에서 각각 1만명 이상씩 교사 부족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의 조건과 유사한 수업시수 15.1시간‧학급당 학생수 24.5명을 적용해도 1675명 부족하다는 예측이 나왔다. 이 경우 주요 과목 교원수는 충분했지만 비주요 과목 대다수에서 교사 수가 부족할 것으로 관측됐다.

이에 일부 지자체 교육청에서는 교사수의 부족은 교사 1명이 담당하게 되는 업무 급증으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수업의 질 저하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렇다고 교사수를 늘리는 데만 급급해 기간제와 비정규직 교사를 대폭 채용할 경우 교원신분 불안정 등의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때문에 고교학점제가 성공적인 제도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교원 수급대책이 먼저 수립돼야 한다.

다음으로, 학교별 교육 여건 차이가 지적되고 있다. 특히, 도시와 농촌간 교육 인프라 차이가 2025년까지 좁혀질지 의문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결국 거주지에 따른 교육 불균형이라는 형평성의 문제로 귀결된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대입제도와의 엇박자에 있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부종합전형을 확대할 때 적합한 제도지만, 현재 대입제도는 정시가 확대되는 추세라는 점이다. 이로 인해 학생들의 부담만 가중될 우려가 있다.

학생들은 고1부터 진로선택과 수능 대비라는 두 가지의 막중한 과제를 안게 된다. 이에 선택과목을 고를 때 적성이 아닌, 수능준비에 방해가 덜 되는 과목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 다시 말해, 고교학점제는 ‘대입’이라는 목표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무늬만 ‘자율’인 제도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제도는 시행착오를 겪으며 발전하고 보완된다. 하지만 교육제도는 누군가의 인생의 방향을 결정지을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제도보다 더 완벽한 수준의 사전준비가 요구된다. 다행인 것은 ‘고교학점제’는 4년이라는 준비기간이 남아 있다는 점이다.

고교학점제는 고교체계·대입제도 개편을 아우르는 대대적인 변화인 만큼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차질 없는 시행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특히, 실제 교육현장과 학생들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 고교서열화 해소와 공교육 정상화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kny0621@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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