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과제 힘 빼는 '윤종원 기업은행장'…애매모호 노조추천이사제
국정과제 힘 빼는 '윤종원 기업은행장'…애매모호 노조추천이사제
  • 강은영 기자
  • 승인 2021.04.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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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당시 적극적 태도, 실행 단계 오자 "법 개정돼야 가능"
문재인 정부 20대 전략 '노동존중 사회' 추진 상황과 온도차
국책·시중은행 모두 '금융권 최초 사례' 탄생 여부 예의주시
윤종원 기업은행장과 서울시 중구 기업은행 본점. (사진=기업은행·신아일보DB)
윤종원 기업은행장과 서울시 중구 기업은행 본점. (사진=기업은행·신아일보DB)

윤종원 기업은행장이 '노조추천이사제'와 관련해 뚜렷한 방향성을 보이지 못하고 뭉그적거리는 모습을 보이면서 문재인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인 '공공기관 노동이사제'도 힘이 빠지는 모습이다. 취임 당시만 해도 노조추천이사제에 대해 긍정적이고 적극적이던 윤 행장의 태도가 최근 실행 단계에서 애매하고 모호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수출입은행 등 다른 국책은행은 물론 일반 시중은행들은 기업은행이 금융권 최초 노조추천이사를 배출할 것인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으로 윤 행장의 결정이 금융권 전반은 물론 정부의 노동이사제 정책에 직·간접적으로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 법 개정 조건 내건 후 관련 움직임 없어

5일 IBK기업은행에 따르면, 최근 이 은행 사외이사 4명 중 2명의 임기가 끝났다. 이에 따라 기업은행은 새로운 사외이사 선출을 위한 후보 선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기업은행 사외이사는 기업은행장이 후보를 제청하고, 금융위원회가 최종 임면하는 절차로 정해진다.

기업은행의 이번 사외이사 선출 과정은 기업은행 내부는 물론 다른 국책·시중은행들의 공통된 관심사다. 작년 1월 취임 당시 '은행은 노조추천이사제를 유관 기관에 적극 협의해 추진한다'는 내용에 노동조합과 합의한 윤종원 기업은행장이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다.

그러나 윤 행장은 지난 2월 진행한 서면 기자간담회에서 노조추천이사제와 관련해 취임 때와는 다소 다른 견해를 내비쳤다.

그는 "근로자추천이사제(노조추천이사제)나 노동이사제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사안으로서 관련 법률 개정이 수반돼야 추진할 수 있다"고 밝혔다.

법 개정 필요성을 언급한 윤 행장은 이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내용이 여전히 유효하다면 이번에 기업은행에서 노조 추천 사외이사가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사진=신아일보DB)
(사진=신아일보DB)

◇ 경사노위 "현행 법 위에서 추진 노력"

기업은행의 노조추천이사제 이슈는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인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과도 맞닿아 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당시 5대 국정 목표와 20대 국정전략, 100대 국정과제를 설정해 발표했다. 20대 국정전략에는 '노동존중' 사회를 선정해 차별 없는 공정사회를 추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노동이사제는 노동자 대표가 직접 이사회에 들어가 발언권과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다. 노조추천이사제는 노동조합이 추천하는 이사를 이사회에 참여시키는 것으로, 노동이사제의 하위 개념이다.

윤 행장은 노조추천이사제를 위해 관련 법 개정이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지만, 정부의 사회적대화기구에서는 이미 공공기관의 노조추천이사제 추진을 합의한 바 있다.

정부와 노동계, 경영계 대표와 공익위원 등이 참여하는 대통령 직속 사회적대화기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는 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이뤘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공공기관위원회는 작년 11월 노동이사제 도입과 관련한 개편 합의문을 발표했다.

합의문에는 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해 국회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이하 공운법)' 논의를 조속히 실시할 것을 건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노동이사제 도입 이전 노동조합이 적합한 인사를 추천하는 경우 공운법 등 현행 법상 절차를 거쳐 비상임이사에 선임 가능하도록 함께 노력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윤 행장은 법 개정이 수반돼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달았지만, 경사노위는 현 상태에서도 노조추천이사제를 추진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당시 공공기관위원회에 노동조합 대표로 참여했던 장욱진 금융노조 부위원장은 "많은 공공기관은 비상임이사를 선임할 때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3~5배수의 후보들을 뽑는 중간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반면, 기업은행은 중간절차 없이 행장의 제청을 통해 금융위원회에서 임면하기 때문에 노조추천이사제를 추진하기 더 좋은 환경"이라고 말했다.

또, 공공기관위원회 위원장으로 참여했던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기업은행도 공공기관 범주로 포함되기 때문에 합의 정신에 따라 노조추천이사제를 추진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결국 이를 받아들이고 추진하는 행장과 금융위의 의지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기업은행은 윤 행장이 정해진 절차에 따라 이번 사외이사 후보 추천을 진행할 것이라는 상황만 설명할 뿐, 노조 추천 이사를 후보로 선정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현재 윤종원 행장이 다양한 후보자 중 전문성 등을 고려해 적절한 인사를 제청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며 "주어진 절차 안에서 사외이사 후보 추천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기업은행지부 및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작년 12월18일 서울시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윤종원 기업은행장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노조는 윤 행장 취임 이후 자회사 경영진이 모회사의 퇴직 임원으로 채워지는 등 경영 독립성이 침해됐다고 주장하며, 은행 인사 관련 갈등을 표출했다. (사진=홍민영 기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기업은행지부 및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작년 12월18일 서울시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윤종원 기업은행장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노조는 윤 행장 취임 이후 자회사 경영진이 모회사의 퇴직 임원으로 채워지는 등 경영 독립성이 침해됐다고 주장하며, 은행 인사 관련 갈등을 표출했다. (사진=홍민영 기자)

◇ 금융권 높은 관심에도 노사 모두 "침묵"

이번에 기업은행에서 노동조합이 추천한 사외이사가 선출되면, 이는 금융권 최초 사례가 되고 이후 파급 효과도 클 전망이다. 

내달 사외이사 한 명의 임기가 끝나는 수출입은행의 노조 관계자는 "기업은행의 노조추천이사제 성공 여부에 따라 수출입은행 사외이사 선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 노동조합은 지난달 초순 복수 사외이사 후보를 사측에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노동조합이 어떤 인사들을 추천했는지에 대해서는 회사와 노조 모두 철저하게 함구하고 있는 상태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사외이사 후보로 어떤 인물을 추천했고, 몇 명을 추천했는지는 비공개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 노조는 금융권 최초 노조 추천 이사 배출에 대한 기대감을 안고 있는 모습이지만, 최근 윤 행장의 행보를 보면 이런 기대가 실망으로 바뀔 가능성도 작지 않아 보인다. 윤 행장이 노조추천이사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려는 것인지, 조용히 접어두려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물음표가 달리는 상황이다.

eykang@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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