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에르도안이 한국 대선에 미치는 나비효과
[데스크칼럼] 에르도안이 한국 대선에 미치는 나비효과
  • 이영민 경제부장
  • 승인 2022.01.05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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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계 경제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양적완화 정책의 정상화가 마무리되지 못한 상황에서 팬데믹 영향까지 더해지며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결국 대부분 국가는 경기 후퇴의 우려가 있는 상황이지만 더 큰 재앙을 막기 위해 완화적 통화정책을 수정, 긴축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통상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응은 금리를 올려 돈의 흐름을 차단 내지 축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수요공급 차원의 물가변동이 아니라면, 물가수준(인플레이션율)이 등락하는 것은 화폐 공급량의 증감에 따른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고전적 의미에서의 화폐수량설이 현대로 넘어오면서 다양한 변수에 따른 이해가 접목되고 있지만, 근본적 해석에는 이견이 없다.

전염병 창궐에 따른 경기 후퇴의 그림자를 벗어나고자 통화팽창을 용인했던 각국 정부가 이제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서는 것은 인플레이션이나 금융불균형 등의 부작용이 현실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흐름에 역행하는 곳이 있으니 바로 터키다.

터키의 경우 긴축으로의 세계적 흐름을 거스르는 완화적 통화정책을 고집하고 있다. 실제 터키 중앙은행은 2021년 9월 19%의 기준금리를 넉 달 연속 인하해 현재 14%까지 끌어내렸다. 리라화 가치는 폭락을 거듭했고, 최근 1년 새 달러당 가치는 절반으로 추락했다.

그동안 터키는 경상수지 적자와 지정학적 불안 요인에 따라 만성적인 고물가에 시달려 왔다. 화폐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해 온 것이다. 물가 불안의 원인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근본적 해결방안을 찾는 것이 시급하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은 고금리가 고물가를 유발한다는 엉뚱한 논리로 시장을 왜곡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화폐가치를 떨어뜨리면 수출경쟁력이 제고되며 이는 생산과 투자, 고용을 확대하는 효과를 가져와 물가는 낮아질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심각한 오류를 내포한다.

우선, 필립스곡선이 의미하는 실업률과 물가상승률 간 상충관계, 즉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더 높은 물가상승률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는 벌써 오래 전 프리드먼과 루카스 같은 학자들에 의해 부정된 구시대적 주장이다. 통화량의 증가가 단기적 측면에서 일정부분 실업률을 떨어뜨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치게 된다. 사실 정보화 세계화 시대에 살고 있는 현재의 노동환경에서 기대하기 어려운 논리다.

또 자국 상품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스스로 통화가치를 절하시키는 행위도 문제다. 이는 무역 상대국이나 이웃 나라에 자국의 실업 등 경제 위기의 책임을 전가하는 비도덕적 처사다. 중상주의 시대에나 통용됐던 논리로, 영국의 여류 경제학자 로빈슨은 이를 ‘근린궁핍화정책’이라 부르며 부작용을 경계했다. 경제학자들은 이 정책의 시행은 일종의 폭탄 돌리기와 같은 구조로, 결국 무역 당사자들 공동의 폐해로 귀결된다고 강조한다.

이처럼 통치권자의 잘못된 경제인식은 나라 경제를 한순간에 파국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실정은 어떤가. 자본주의 시장논리에 역행하는 왜곡된 부동산정책으로 시장을 투기의 장으로 전락시켰고, 이에 따른 부작용으로 심각한 금융불균형을 잉태했다. 팬데믹 시점과 맞물리면서 이제 자칫하면 거품 붕괴에 따른 자산가치 급락으로 경제위기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지난 4일 신년 인사회에서 이주열 총재가 작년 8월과 11월에 이은 1월 추가 금리인상을 강력 시사했다는 보도가 연이어 나왔다. 정부의 잘못된 경제인식으로 비정상적인 부동산자산 급등현상을 자초하고, 그 부작용을 해소한다면서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이제 서민들에게 고통의 시간을 안길 것이라는 최후통첩인 셈이다. 정책 실패에 대한 어떠한 사과 한마디 없이 말이다.

높아진 은행문턱과 치솟은 금리로 빠듯한 살림살이를 걱정하는 서민들의 한숨 소리가 메아리치고 있다. 잘못된 경제철학을 품은 통치자를 선택하면 국민들의 삶의 질은 추락하고, 서민들의 세상살이는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앞으로 두 달 후면 대통령 선거일이다. 눈 크게 뜨고 대선 후보들이 내놓는 공약에 집중해야 한다. 표심을 유혹하는 근거 없는 낙관주의나 모순된 경제논리를 펴는 이들은 우선순위로 걸러내야 한다.

yeongminle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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